상속이냐 증여냐, 우리 집 자산 규모부터 다시 따져봐요
👉 세 가족의 흔한 고민 👈
며칠 전 상담실에 세 분이 잇달아 방문하셨어요.
한 분은 은퇴를 앞둔 60대 부부셨는데, 서울 외곽 아파트 한 채와 소소한 예금이 재산의 전부라며 "이 정도면 세금 걱정은 없는 거죠?"라고 물으셨고요. 다른 한 분은 자녀에게 사업체를 넘길 준비를 하는 50대 대표님이었는데, "지금 증여하는 게 나을지, 나중에 물려주는 게 나을지" 진지하게 저울질하고 계셨어요. 마지막 한 분은 상가를 여러 채 보유한 자산가셨는데, "세율이 최고 50%라던데 정말 절반을 세금으로 뜯기나요?"라며 걱정이 많으셨죠.
세 분의 자산 규모는 제각각이었지만, 결국 던지는 질문은 하나로 모아졌어요. "내 상황에서는 상속과 증여 중 뭐가 유리할까요?"
이 질문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어요. 자산 규모, 가족 구성, 시기에 따라 답이 매번 달라지거든요. 오늘은 자산 구간별로 이 고민을 하나씩 정리해드릴게요.
💡 먼저 알아야 할 기본 구조
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 틀 자체는 동일해요. 과세표준(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금액)에 따라 10%에서 50%까지 5단계로 누진 적용되는 구조는 똑같습니다.[¹]
| 과세표준 구간 | 세율 |
| 1억원 이하 | 10% |
| 1억~5억원 | 20% |
| 5억~10억원 | 30% |
| 10억~30억원 | 40% |
| 30억원 초과 | 50% |
세율은 같지만, **세금 없이 넘길 수 있는 한도(공제 구조)**는 상속과 증여가 완전히 다르게 설계돼 있어요.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게 절세의 출발점이에요.
- 상속공제: 배우자가 있다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, 여기에 기초공제 2억원(또는 일괄공제 5억원 중 유리한 쪽)이 더해져요.[²]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는 가정이라면 최소 10억원까지는 공제받을 수 있는 구조예요.
- 증여공제: 배우자 6억원, 성년 자녀 5,000만원(미성년 자녀는 2,000만원), 그 밖의 친족은 1,000만원이고, 10년을 단위로 합산해서 계산돼요.[³] 2024년 1월부터는 혼인·출산을 앞둔 자녀에게 기존 공제와 별도로 최대 1억원을 더 얹어주는 제도도 새로 생겼어요.
정리하면, 증여는 소액을 오랜 기간 나눠서 넘길 때 힘을 발휘하고, 상속은 배우자·자녀 공제가 두툼하게 쌓이는 만큼 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면 세금 자체가 안 나올 수도 있는 구조예요.
💡 자산 구간별 핵심 전략
1️⃣ 5억원 이하 - 서두를 이유가 없어요
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상속공제만으로도 10억원까지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흔해요. 이 구간이라면 미리 증여를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. 오히려 증여를 하면 취득세 같은 부대 비용만 늘고, 10년 안에 상속이 개시되면 합산 규정에 걸릴 위험도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하세요.
핵심: 자산이 크게 불어날 계획이 없다면 '상속'을 기본값으로 두고 지켜봐도 괜찮아요.
2️⃣ 5억~10억원 - 자산가치 상승 속도가 관건이에요
이 구간부터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해요. 특히 부동산 보유자라면 앞으로의 가치 상승 폭이 핵심 변수예요. 지금 낮은 가액에 증여해서 세금을 내는 게, 나중에 오른 가액으로 상속받아 세금을 내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거든요.
핵심: 향후 5~10년 사이 자산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, 일부를 먼저 증여해 자산을 분산하는 전략을 검토해볼 만해요.
3️⃣ 10억~30억원 - 쪼개고, 미리, 나눠서
이 구간부터는 상속공제만으로 세금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워져요. 그래서 10년 주기로 자녀나 손주에게 나눠서 사전 증여하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요. 증여재산공제를 10년마다 반복 활용하면, 누진세율 구간 자체를 낮추는 효과가 생겨요.
핵심: "한 번에 상속" 대신 "나눠서, 여러 번, 여러 사람에게" 증여하는 것이 총 세금 부담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.
4️⃣ 30억원 이상 - 장기 플랜과 사업 승계를 함께 고민해야 해요
최고세율 50% 구간에 들어서는 자산가라면, 상속이냐 증여냐를 넘어 10년, 20년 단위의 장기 이전 계획이 필요해요. 특히 가업을 운영 중이라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같은 별도 제도도 함께 살펴봐야 하고요. 이 구간은 세무 전문가와의 정밀한 시뮬레이션 없이는 섣불리 결정하지 않으시길 권해드려요.
핵심: 사전 증여, 상속, 가업승계 특례를 조합한 '맞춤형 로드맵'이 필요한 구간이에요.
💡 자산 구간별 비교표
| 자산 규모 | 상속이 유리한 경우 | 증여가 유리한 경우 | 판단 기준 |
| 5억원 이하 | 배우자·자녀 공제만으로 세금이 거의 없음 | 특별한 사유(사업 초기 자금 지원 등)가 있을 때만 | 공제 한도 내 자산인지 먼저 확인 |
| 5억~10억원 | 자산가치가 안정적이거나 하락 예상 시 | 자산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·주식 보유 시 | 향후 가치 상승 속도 |
| 10억~30억원 | 단기간에 넘겨야 하는 특수 상황 | 10년 주기로 나눠서 여러 명에게 이전 가능할 때 | 이전 대상 인원 수와 시간 여유 |
| 30억원 이상 | 사업체·부동산이 하나로 뭉쳐 있어 분할이 어려울 때 | 장기 플랜으로 사전 증여를 반복할 여력이 있을 때 | 가업승계 여부, 세무 전문가 시뮬레이션 결과 |
"곧 세금이 확 줄어든다던데요?" - 2년 전 상담실에서 있었던 일
이 이야기를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.
2024년 여름, 기획재정부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'2024년 세법개정안'을 내놓았어요. 골자는 두 가지였습니다. 1999년 이후 25년째 그대로였던 상속세 최고세율을 50%에서 40%로 내리고, 자녀 1인당 5,000만원이던 상속세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열 배 늘리겠다는 내용이었죠.[⁴][⁵] 이 안은 그해 8월 국무회의까지는 순조롭게 통과했어요.[⁶]
이 뉴스가 퍼지자마자 제 상담실에도 문의가 쏟아졌어요. 한 대표님은 "어차피 곧 공제가 5억원으로 늘어난다는데, 지금 하려던 사전 증여는 미뤄도 되지 않을까요?"라고 물으셨죠. 저는 그때 이렇게 답해드렸어요. "정부 발표와 실제 시행 사이에는 국회라는 큰 관문이 하나 더 있어요. 지금 세워둔 계획을 그 관문 통과 여부에 걸지는 마세요." 실제로 그 개편안은 "초부자 감세"라는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고, 결국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어요. 이후 정부는 상속세를 '유산세'에서 '유산취득세' 방식으로 바꾸는 대안을 다시 입법예고했지만,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12월 발간한 공식 심의 결과 보고서에는 이 개편 역시 "추후 재논의" 안건으로 분류돼 이번 개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명확히 기록돼 있어요.[⁷] 그래서 2026년 7월 지금도 자녀공제는 여전히 5,000만원, 최고세율은 여전히 50%예요.
그때 "조금만 기다리자"며 증여를 미루셨던 분들 중 일부는, 결국 2년 가까이 흘러버린 시간 동안 자산가치만 더 오른 채로 다시 상담실을 찾으셨어요. 저는 이 사례를 볼 때마다, 뉴스 헤드라인과 실제 시행 사이의 간극을 계획에 반영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껴요.
✋ 제 생각은 이래요
이 기사들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든 생각을 조금 나눠볼게요. 상속세 개편은 25년 만의 세율 조정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앞으로도 선거철마다, 국회 회기마다 반복해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요. 실제로 이번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도 유산취득세 전환은 완전히 폐기된 게 아니라 "추후 재논의" 상태로 남아있고요. 즉, 이 논의는 없어진 게 아니라 잠시 미뤄진 것뿐이라는 뜻이에요.
그래서 저는 앞으로 몇 년간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봐요. 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"곧 세금이 줄어드니 기다리자"는 심리가 자산가들 사이에 반복적으로 퍼질 거예요. 하지만 제가 20년 가까이 본 바로는, 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현행법 기준으로 움직이는 쪽이 항상 더 안전했어요. 오히려 개편 논의가 나올 때야말로, 지금 시점의 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사전 증여를 서둘러야 할 신호로 받아들이시길 권해드려요. 나중에 공제가 늘어나면 그때 가서 추가로 활용하면 될 일이고, 만약 개편이 무산되면 미리 움직인 쪽이 이득이니까요.
💡 전문가 견해
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, 상속·증여 계획에서 가장 크게 손해 보는 분들은 대부분 '몰라서'가 아니라 '너무 늦게 움직여서'라는 거예요. 증여재산공제는 10년마다 다시 채워지는 구조라서, 일찍 시작할수록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요. 자녀가 아직 어리거나 사회 초년생이라도 소액부터 미리 증여해두면, 10년·20년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절세 효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요.
또 하나 짚고 싶은 건, 부동산 가격 흐름이나 세법 개정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에요.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이 5년 뒤에는 틀린 선택이 될 수도 있어요. 그래서 저는 상속·증여를 '한 번의 결정'이 아니라, **매년 혹은 2~3년마다 다시 점검하는 '살아있는 계획'**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려요.
🔑 마치며
정리해볼게요.
- 자산이 10억원 이하라면 서두르지 마세요. 상속공제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아요.
- 10억원을 넘어서면 '나눠서, 미리, 여러 번' 증여하는 전략을 검토할 시점이에요.
- 30억원 이상이라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,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장기 로드맵을 그려보세요.
- 그리고 "곧 법이 바뀐다"는 뉴스만 믿고 계획을 미루지 마세요. 바뀌기 전까지는 항상 현행법이 기준이에요.
가장 중요한 건 오늘 완벽한 답을 찾는 게 아니라, 우리 집 자산이 지금 어느 구간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에요. 그 첫걸음이 앞으로의 10년, 20년 세금 부담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어요. 가까운 세무 전문가와 상담 한 번, 지금 예약해보시는 건 어떨까요?
📚 참고 자료 (각주)
[¹] 국세청, 「상속세 항목별 설명 — 세율」 https://www.nts.go.kr/nts/cm/cntnts/cntntsView.do?mi=6529&cntntsId=7957
[²]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, 「상속세 계산 및 납부」 (2026.6.15 기준) https://easylaw.go.kr/CSP/CnpClsMain.laf?popMenu=ov&csmSeq=255&ccfNo=7&cciNo=2&cnpClsNo=1
[³] 국세청, 「증여세 항목별 설명」 https://www.nts.go.kr/nts/cm/cntnts/cntntsView.do?mi=6533&cntntsId=7960
[⁴] 대한민국 정책브리핑, 「상속세 최고세율 40%로 인하…자녀세액공제 10만 원으로 상향」 (2024.7.25) https://www.korea.kr/news/policyNewsView.do?newsId=148931901
[⁵] 경향신문, 「상속세 최고세율 40%·자녀공제 5억씩」 (2024.7.25) https://www.khan.co.kr/article/202407252052005
[⁶] 경향신문, 「'상속세 최고세율 인하·자녀공제 10배 확대' 감세안 국무회의 통과」 (2024.8.27) https://www.khan.co.kr/article/202408271100041
[⁷] 국회예산정책처, 「2025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」 (2025.12) — 유산취득세 전환 등 상속세 개편안이 '추후 재논의' 안건으로 분류되어 이번 개정에는 미반영되었음을 확인한 공식 보고서 https://www.nabo.go.kr/board/file/bulkDown.do?idx=9022&bid=1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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